"시행 불과 하루 전날"…맞춤형 보육 종일반 기준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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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시행 하루를 앞두고 정부가 어린이집 반 편성 기준을 조정했다. 종일반에 편성되는 다자녀 가구의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이 경우 종일반에 편성되는 영유아가 늘어난다.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던 보육료는 당초 정부안보다 인상됐다.
어린이집 단체들의 요구가 대거 반영된 결과지만, 정책 시행 하루 전에 기준이 변경돼 일선 어린이집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단체들과의 협의 결과를 반영한 맞춤형 보육 최종안을 30일 공개했다.
만 0~2세 영유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나누는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 단체 등이 반대해 왔고 정부와 양측이 협의한 결과 종일반 편성 기준에 36개월 미만 2자녀 가구가 포함됐다.
정부는 당초 맞벌이 부부와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등을 종일반에 편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종일반 기준이 다소 완화된 것이다. 다만 2자녀 모두 36개월 미만인 경우만 허용된다.
이에 따라 종일반에 편성되는 영유아의 숫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가 집계한 6월 말 기준 종일반의 편성비율은 73%다. 7월 이후 임신 등으로 종일반에 포함되는 가구를 포함하면 76%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완화된 종일반 기준으로 2~3%포인트가 상승한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을 설계하며 종일반의 비율을 80%로 책정,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갈등을 빚었던 보육료도 조정된다. 정부는 무상보육 원칙에 따라 어린이집에 보육료를 지원한다. 보육료는 부모보육료와 기본보육료로 구분된다. 국공립어린이집에는 부모보육료만 지원된다. 인건비 등의 지원을 추가로 받기 때문이다.
반면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에는 부모보육료와 함께 기본보육료가 함께 지원된다. 지난해 기준 0세반의 부모보육료와 기본보육료는 각각 40만6000원, 37만2000원이다.
문제는 맞춤형 보육 시행과 함께 맞춤반에 지원되는 보육료가 종일반의 80%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부모보육료와 기본보육료를 모두 지원받는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손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맞춤반의 기본보육료를 종일반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한다.
올해부터 보육료가 전년대비 6% 인상됐는데, 이를 반영하면 맞춤반의 기본보육료도 지난해보다 6% 오른 효과를 보게 된다. 다만 부모보육료는 당초 계획대로 종일반의 80%로 낮춘다.
우여곡절 끝에 맞춤형 보육 조정안이 확정됐지만, 주요 정책 하루 전에 정책의 조정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지 않은 맞춤형 보육의 태생적 한계다. 보육료가 조정돼 정부의 정책 취지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의 실시 배경으로, 맞벌이 부부 등 종일반 이용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조정된 보육료로 종일반과 맞춤반의 보육료 차이는 0세반 기준으로 월 2만6000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정부 예산은 200억원 추가될 전망이다. 이 모든 것이 맞춤형 보육 시행 하루 전에 결정된 것이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맞춤형 보육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맞춤반의 기본보육료를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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