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마' 혹은 '할빠'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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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육아, 바로 ‘조부모 육아’다. ‘황혼육아’, ‘격대육아’라고도 불리는 조부모 육아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한 요즘 세대 흔히 볼 수 있는 육아 형태다.
대한민국 육아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조부모 육아는 '할머니+엄마, 아빠'라는 뜻을 가진 ‘할마’, ‘할빠’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Financial),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고(Energetic), 헌신적인(Devoted) 50~70대 조부모 세대를 의미하는 ‘피딩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이면에는 손주 육아를 맡으며 생기는 정신적, 육체적 증상을 뜻하는 ‘손주병’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맞벌이 가구의 영아양육을 위한 조부모 양육지원 활성화 방안 연구(2015)’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조부모 육아 비율은 맞벌이 가족 기준으로 53.0%로 절반이 넘는다.
지금까지 조부모 육아를 하고 있던 할마, 할빠들은 이미 어느 정도 육아 베테랑이 됐을지 모른다. 그리고 꽃피는 봄 3월, 누군가는 조부모 육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을 것. 대한민국의 새로운 육아문화로 자리잡은 조부모 육아에 대해 짚어봤다.
◇ 내 아이를 위해, 손주를 맡는 '조부모 육아'
조부모들의 육아 입문에 있어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자식들을 위해서다. 손주의 교육 목적보다는 아이 부모가 육아휴직이 어렵거나 경제적 여건상 육아가 힘들다는 현실 때문에 조부모들은 육아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워킹맘 대상으로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직장생활을 계속 하기 위한 동기’라는 답변이 93.3%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영아를 남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불안’, ‘어린이집 비용부담’ 등의 순이었다.
조부모들이 이러한 자녀들의 상황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조부모들은 어린 손주 보는 일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조부모 육아에 입문한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손자녀를 돌봐주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아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라는 답변이 25.3%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렇게 조부모 육아를 시작하더라도 사전 계획과 공부 없이 아이를 맡아 키우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부터 육아를 대비하는 할마·할빠는 드물다. ‘키워봤으니까’라는 생각에 쉽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미 할마·할빠의 나이는 50~60대, 많게는 70대다.
◇ '손주병' 불러오는 조부모 육아
조부모 육아를 하고 있는 이아무개(52·인천 부평구) 씨 역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아들과 며느리의 간곡한 부탁에 아이의 육아를 맡았다.
"처음에는 손주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육아를 해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왔다. 아이가 손이 타 안아주지 않으면 울어버린다. 때문에 잠드는 시간 외에는 항상 안아줘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아 병원이라도 가려고 하면, 아이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약을 사다먹는 정도에 그친다."
자녀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육아를 맡을 수밖에 없던 이 씨지만 정작 본인의 생활은 없어졌다.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아이를 돌볼 때 우울감 마저 밀려들 때가 있다”는 이 씨는 최근 갱년기까지 겹쳐 육아의 무게를 두 배로 느끼고 있다.
한국격대교육연구소 전영철 소장은 조부모들이 느끼는 육체적 어려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조부모가 되는 시기는 남자는 직장에서 퇴직을 하는 60세 전후고, 여자는 50대 중반부터다. 육체적으로 점점 약해져가는 시기다. 특히 여성들은 갱년기를 비롯해서 관절과 관련한 육체적인 어려움이 많이 찾아오는 시기기 때문에 육체적 어려움을 느낀다.”
또한 전 소장은 “개인적인 자유시간이 크게 줄어 정신적 어려움도 동반하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주 5일간 12시간 씩 아이를 봐주고 있다. 이 씨의 개인 생활은 없다. 그러나 이 같 은 육아 모습은 이 씨뿐만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조부모 육아 통계를 살펴보면 손자녀를 돌봐주는 주당 일수는 주당 5일을 돌봐주는 응답자가 50.9%로 가장 많았고, 주 6일(29.7%), 주 7일(18.6%) 순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돌보는 시간도 9~11시간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다.
그 긴 시간동안 조부모는 영유아만 돌보는 단순한 육아만 할까? 전문가들은 조부모들이 육아뿐만 아니라 가사 노동까지 전담하면서 육체적 고통을 더욱 호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유희정 연구원은 “조모가 손자녀양육과 집안일을 병행하고 있는 집이 많다”며 “양육과 가사부담이 함께 이뤄지면서 손자녀 돌봄 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화자부모교육연구소 이화자 소장 역시 “손주 육아를 하면서 어디까지가 자신의 몫인지 필요이상의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아이에게 조부모가 어떤 교육을 원하는지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도록 해야 불만이나 서운한 감정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아이와 조부모 모두 즐거운 '육아'
조부모는 체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육아법 차이, 어린 손자녀에 대한 이해 등 단순한 육아 등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과 자녀와의 갈등까지 조부모를 괴롭힌다.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가 힘들면 아이와 아이의 부모까지 힘든 건 당연하다. 조부모 육아를 오래한 베테랑이라도, 젊은 부모라도 아이 키우기는 쉽지 않다. 아이도 즐겁고 조부모도 건강하게 육아할 수는 없을까?
한국격대육아연구소 전영철 소장은 “주 양육자가 아닌 보조 양육자라고 생각하고 육아를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부모의 육아법과 부모의 육아법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요즘은 젊은 부모들의 양육 방식을 존중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 조부모가 가지고 있는 양육법은 30여 년 전의 것이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육아법도 많이 발달했다. 조부모의 양육법을 고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전 소장은 “아이 부모에게 지나친 조언은 좋은 의도라고 할지라도 듣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며 “자녀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조부모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화자부모교육연구소 이화자 소장도 부모들의 양육법을 따라줘야 부모와 조부모간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육을 하다 보면 부모와 교육방식이나 양육방식에서 의견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가능한 부모의 양육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한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아이의 혼란 또한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이 소장은 “조부모 육아를 건강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간을 육아에 올인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부모는 손주를 돌보느라 한정된 곳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또래와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 정신적인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하루 4시간만 손주를 본다’ 또는 ‘주말 이틀은 반드시 쉰다’ 등 규칙을 정해 이전에 영위했던 사회생활의 끈을 유지해야 한다.”
자료출처 :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05&NewsCode=20160325143241323000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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