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한 유치원ㆍ어린이집 통합, 첫발도 못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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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부처도 나뉘어 누리과정 파행
국정과제로 유보통합 추진 불구… ‘유치원 연계 어린이집’ 시범사업 시작도 못해
통합 논의 시작한 지 어느새 20년…늦어도 상반기 교사 통합 결정해야
만 4세 아들과 10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신모(33ㆍ경기 용인시)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신씨는 지난해까지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들을 올해부터 유치원에 보내려고 유치원 4곳에 지원, 추첨 끝에 겨우 한 사립 유치원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해 말부터 누리과정 예산 파행으로 보육료 지원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아들이 다니기로 한 유치원은 특별활동비 등을 합하면 부모가 별도로 매월 55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정부 지원금(22만원)이 끊기면, 한 달 7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돼 추가 부담 걱정은 덜었지만 예산 지원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게다가 재취업 준비 때문에 5월부터 둘째 딸 맡길 곳을 찾고 있는데 첫째와 달리 어린이집을 찾아야 한다. 유치원은 만 0~2세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씨가 겪은 유치원 입학 전쟁, 누리과정 예산 파행으로 인한 혼란은 만 0~5세 보육과 교육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3~5세의 경우 두 곳 교육과정이 동일한데도 유치원 교육의 질이 높다는 인식 때문에 유치원 취원 경쟁이 극심하다.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모두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지만 감독 주체는 교육부ㆍ시도교육청(유치원)과 보건복지부ㆍ지방자치단체(어린이집)로 나눠져 있어 해마다 예산 파행이 벌어지는 것도 해묵은 숙제다.
유보통합 마지막 해…시범사업 시작도 못해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 유치원(교육)과 어린이집(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국무조정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통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작은 거창했지만 첫걸음도 제대로 못 뗀 상황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9개 지역에서 시행하기로 했던 ‘유치원 연계 어린이집 시범사업’을 시작조차 못했다. 이 사업은 두 기관이 제각각인 영ㆍ유아 이용연령을 일원화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9월 5차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유치원은 있지만 어린이집이 없는 농촌 지역 등에서 유치원과 연계된 어린이집을 만들어 평가를 한 뒤 0~2세의 유치원 취원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계획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지역을 찾지 못해 3월에 시행하지 못했다”며 “9월에 거제도에서 한 곳 시행할 예정이며, 다른 후보 지역들도 계속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과제들도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2014~2016년 유보통합을 위한 8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중 완료된 사업은 이원화 됐었던 결제카드와 정보공시 사이트 통합 2가지뿐이다. 올해 시작하기로 한 평가체계 통합은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 개정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는 유보통합의 핵심과제인 부처 통합과 보육교사 처우 격차 해소 방안을 결정해야 하는 해다. 부처통합에 대한 연구용역은 끝났지만 국무조정실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의 유치원ㆍ어린이집 관계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총선 전에 하면 시끄러울 수 있으니 선거 후에 추진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공정한 출발 위해 유보통합 서둘러야”
영유아 돌봄과 교육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분리돼 생기는 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육과정이 ‘누리과정’으로 통합되고 무상보육도 시행됐지만, 방과후 특별활동 등 교육편차가 존재하고 부모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입학금과 특별활동비 등은 유치원이 어린이집의 2,3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영유아보육법상 사회복지시설인 어린이집은 재무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특별활동비 등은 지자체장이 정한 상한선을 넘을 수 없는 등 운영에 대한 규제를 받는다. 반면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시설로 설치된 유치원은 원장이 교육비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재무회계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들의 전문성 차이도 난다. 어린이집 교사는 고졸 이상으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획득하면 되지만,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졸 이상으로 유아교육학과 등 관련 전공자만 가능하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3년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 1,500명을 조사한 ‘유아교육ㆍ보육 통합 관련 학부모 인식조사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분리에 대해 ‘동일한 연령임에도 이용시간 및 비용 차이가 난다’(29.8%)는 것을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았다. ‘이용 연령 차이로 형제가 다른 기관을 이용한다’(17.2%)는 점과 ‘동일연령을 담당하므로 기관 선택 시 혼란’(15.9%)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들은 보육과 교육이 통합돼 있다. 서문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원은 “OECD 국가 중 보육과 교육이 분리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정도”라며 “분리된 국가들도 교육 중심으로 통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유보통합 논의도 20년 가까이 됐다. 1980년대 말부터 유치원 이외의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1998년 어린이집 수가 유치원 수를 능가하면서부터 유보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논의가 진행된 만큼 더 이상 유보통합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늦어도 올 상반기에는 교사 통합 관련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유보가 통합되면 부모의 경제력, 거주지에 상관없이 어느 기관에 가도 비슷한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아이들의 출발이 공정해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 관계자는 “관계기관 협의 등의 문제로 늦춰졌으나, 올해 내로 유보통합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자료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69&aid=000013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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