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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의 평등' 내세운 年4조 누리예산… 가진者 사교육 더 조장해 불평등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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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실태 살펴보니… 원비 격차 최대 4배까지 벌어져]

月100만원 유치원 보내는 집까지 예산 지원

- 지원금 받아 '高價 유치원'으로
강사 수 2배, 텃밭·생태공원… 원어민이 영어 몰입교육까지
- '공정한 출발선' 만든다더니
"체육·미술 수업 돈 2배 더 내" 교육·교사 質 상향 평준화해야         

4년 전 '출발선의 평등'을 내세우며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이 전면 실시됐지만, 부모 소득에 따라 천차만별인 교육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평균적 학부모 부담도 별로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 100만원이 넘는 고가(高價)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에게도 누리 예산 월 29만원을 똑같이 나눠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곳곳에서 '보육대란'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이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북의 J유치원. 동민(가명·5)군이 또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나도 친구들이랑 그림 그릴래." 원아가 모두 68명인 이 유치원에선 20명 안팎이 매일 오후 미술·영어 등 방과 후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동민군은 '가정 형편상' 오전반만 다닌다. 동민군 엄마는 "미술과 영어 방과 후 수업을 보내고 싶지만 부담이 작지 않아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 크게보기수도권에서 가장 비싼 유치원과 가장 싼 유치원 비교

같은 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단 간담회에서 "제가 어린이집·유치원 가봤는데 거기서 이뤄지는 (누리과정) 교육이 똑같더라"고 했다. 유치원·어린이집 가릴 것 없이 누리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말이긴 하지만, '똑같은 교육이 이뤄진다'는 이 부총리의 말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누리과정은 매년 4조원가량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취학 전 아동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고가 유치원과 평범한 유치원 사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 심지어 같은 유치원 안에서도 방과 후 수업 등을 듣느냐 마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質)이 크게 차이가 났다.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현재 누리과정 정책은 소득수준과 상관 없이 모두에게 29만원을 주는 식인데 (100만원짜리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유층에게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지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차등 지원하는 방식까지 고려하는 등 판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유치원 사이 교육 격차는 부모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본지가 유치원 알리미 등을 통해 전국 8930여 유치원 교육비를 분석한 결과, 유치원 학부모들이 누리과정 예산 지원금과는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서울의 W유치원은 월 78만원(1인당 교육비 107만원), 경기 E유치원은 월 5000원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유치원 1인당 교육비 상위 10곳은 모두 매달 교육비가 90만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도권에서 원비가 가장 비싼 서울 W유치원 학부모들은 정부 지원 이외에 매달 원비로 78만원(방과후비 포함)을 내야 한다. 이는 전국 사립 유치원 평균(21만4751원)의 4배쯤 되는 액수다. 익명을 요구한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알리미에 원비를 기입할 때 주변 유치원들 눈치를 보면서 요령껏 넣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치원 알리미상 교육비가 실제보다 적은 곳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했다.

2012~2015년 전국 사립 유치원 평균 원비

W유치원이 유독 비싼 것은 '영어 몰입 교육'으로 학부모 사이 인기를 끄는 데다, 교사 한 명당 원아 수(6.6명)도 적기 때문이다. 수업은 담임·부담임, 영어 원어민 강사 등 3명이 함께 진행하는 팀 수업 방식이고, 원어민 교사도 '아이들 발음에 영향을 끼친다'며 대부분 미국인을 쓴다고 한다. 반면 E유치원은 교사 한 명당 원아 수가 W유치원의 배에 이르는 13명에, 별도 시설은 놀이터 정도뿐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 교육 격차는 더 크다. 서울 동대문의 S어린이집 일과는 대부분 '자유 놀이 활동' '자유 선택 활동' 등으로 채워져 있다. 4세 딸을 이곳에 보내는 학부모 김모(37)씨는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가르친다'고 홍보하더니, 뭐 배웠느냐는 질문에 '친구들과 사탕 나눠 먹었다'는 말만 하는 딸 얘기를 들으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유치원비 부담 안 줄어"

학부모들은 "정부 지원금만큼 원비가 줄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원비가 매년 오르는 데다 간식비·통원 차량 운영비 등 추가로 내는 돈을 다 더하면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게 엄마들 얘기다. 특히 방과 후 과정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것이 원비가 매년 오르는 주된 요인이다.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누리과정이 처음 실시된 2012년에는 1인당 유치원 교육비가 평균 44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2만원으로 3년 새 18% 뛰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39)씨는 일곱 살 아들 유치원에 매달 60만원쯤 낸다. 기본 교육과정비는 28만원이지만, 창의 과학, 튼튼 체육 등 특성화 활동비에 간식비·차량비 등을 내면 2배가 더 든다고 했다. 학기 초엔 입학금도 25만원 냈다. 그는 "방과 후 수업은 모든 아이가 참여하는 거라고 해서 필수적으로 듣는 건 줄 알았다"며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애는 누리과정 지원을 받지 않았는데도 그때보다 유치원비가 20% 정도 더 든다"고 말했다.

◇유치원 어린이집 통합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누리과정 교육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취학 전 아동에 대한 교육기관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 있어 교육의 질이 제각각이며, 누리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동 간 학력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겠다고 누리 과정을 시작했지만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누리과정 교육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무경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연 4조원이나 투입되는 누리과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질을 상향 평준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교사 연수나 어린이집 교사 자격 체제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04/20160204001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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