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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서 영어수업 금지… 학원만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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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8 04:13

[교육부, 이르면 내년부터 규제]

"비싼 사교육 수요만 커질 것" 일부 부모, 청와대에 반대 청원

"학업 스트레스에 창의성 떨어져" "말하기 등 영어능력 발달 도움"
조기교육 효과 논란도 재점화

이르면 내년부터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교육부가 27일 밝혔다. 현재 전국 국공립·사립 유치원(9026곳)과 어린이집(4만1084곳) 대부분이 방과 후 과정 등을 통해 영어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영어 조기 교육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무분별한 '학습 중심' 유아 교육을 지양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학부모 등은 당장 이날 "정부가 나서서 영어 교육을 하지 말라고 규제하는 건 지나치다"며 청와대 청원을 넣는 등 반발했다.

◇"조기 영어 교육하면 제재"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유아 교육 혁신 방안'에 따르면 유치원·어린이집의 정규 교육과정 운영 시간(보통 오후 1시 이전까지)은 물론 방과 후 과정에서도 영어 교육이 금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초 전국 시·도교육청에 '방과 후 과정 운영 개선 지침'을 내려보낼 계획"이라며 "이 지침을 위반할 경우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교육 금지 찬반 의견
현행 유아교육법상 정규 교육과정에는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방과 후 과정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자체 지침을 통해 이를 금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엔 "초등 1~2학년 대상 영어 방과 후 수업을 내년 3월부터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는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을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들은 27일 '유치원 영어 교육 금지에 반대한다'며 청와대 청원에 나섰다. "유치원 영어 교육을 금지하면 결국은 더 비싼 돈을 줘야 하는 사교육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를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 더 비싼 과외 시켜야 한다" "영어 학원들이 찬성할 정책"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다섯 살 자녀를 둔 임모(34)씨는 "유아기부터 영어에 노출돼야 나중에도 잘한다고 해 일부러 주 5회 영어 수업하는 유치원에 골라 보냈다"면서 "학원 보내지 않고 유치원에서 저렴하고 안전하게 영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박탈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도 놀이 위주로 교육 가능"

그간 교육계에서 벌어져 온 '영어 조기 교육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재연될 전망이다.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영·유아 시기에 영어 사교육을 많이 경험한 아이들의 초·중학교 영어 성적이 사교육 경험 없는 아이들과 비슷하거나 더 낮게 나오기도 한다"면서 "선행 학습 위주의 조기 교육은 성적을 올리지 못할뿐더러 아이에게 학습에 대한 거부감과 스트레스를 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아 영어 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는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창의성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반면 과도한 영어 몰입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흥미 위주의 영어 수업은 도움이 되고, 조기 영어 교육이 영어 능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서강대 김근영 교수가 비슷한 수준의 만 2~5세 유아를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은 일주일에 30분씩 영어 교육을 시키고, B그룹은 영어 교육을 하지 않게 해 8개월 후 비교한 결과 A그룹의 영어 말하기 점수가 B그룹에 비해 네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위성순 보라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단계에서는 모국어를 확실히 습득해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너무 일찍 이중 언어 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 한 사립 유치원장은 "노래나 동화를 들려주면서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면 된다. 전면 금지는 구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부터 저소득층(중위 소득 50% 이하) 유아가 국공립 유치원에 우선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저소득층 학부모가 부담하는 유치원비도 2019년부터 어린이집 수준(약 6만원)으로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25% 수준인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끌어올리기 위해 병설 유치원 1200학급, 단설 유치원 2400학급 등 총 3600학급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8/20171228002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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