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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발달은 만3세에 완성'... 현혹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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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교재·교구 업체의 교육 담론 분석 ①] OECD, 과학적 근거 없다 밝혀

[오마이뉴스 글:이슬기, 편집:최유진]

영유아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면서, 영유아 교재·교구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영유아의 19.3%가 학습지를 이용하고, 3.0%가 교구 활동을 이용하는 등(육아정책연구소, 2016), 많은 수가 영유아 교재·교구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영유아 교재·교구 영업 사원이 활동하고, TV와 인터넷 등의 영유아 교재·교구 광고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등,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는 검증되지 않은 영유아 교육 담론을 상업적 목적을 위해 교묘히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담론의 대표적인 예가 ① '만 3세 무렵에 뇌의 발달이 대부분 완성된다'는 뇌과학 담론, ② '한글은 일찍 배워야 인지 발달에 효과적이다'는 한글 조기 교육 담론, ③ '다중지능 발달을 위해 다중지능 교재·교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다중지능 담론 등이다.  그 첫 번째로, '만 3세 무렵에 뇌의 발달이 대부분 완성된다'는 뇌과학 담론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뇌 과학 담론을 차용한 영유아 교재·교구 상품들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의 홍보 문구 중에는 '만 3세 무렵에 뇌의 발달이 대부분 완성된다', '영유아기는 뇌의 발달이 급격히 진행된다', '영유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평생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많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쁘레네 <베이비 스타트>는 '아기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기에 학습 기계와 같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초에 불이 꺼져 가듯 천재성도 점차 줄어든다'고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해 홍보하고 있다.

구몬의 <숫자가 크는 나무>는 '두뇌가 발달하는 유아기 투자는 몇 십배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유아기에 몇 만원을 투자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베이비몬테소리는 '영유아기는 뇌의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이고, 뇌신경세포는 20개월까지 70%, 7세까지 90%, 18세까지 100%가 완성되며, 이후에는 서서히 퇴화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어린이 창조학교 <파오파오>의 경우 '만 3세 때 성인 뇌의 80% 이상이 결정되므로, 이때까지가 평생 뇌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언급한다. 토플 피카소는 '영유아기에 일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발달의 대부분이 이루어진다'고 하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의 일생을 결정지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문구는 뇌 신경 세포, 뇌 무게 등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을 동반하더라도, 결국 교재·교구 업체의 홍보 논리는 '이 시기가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고, 이 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 자사 교재·교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순한 것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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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쁘레네 <베이비스타트> 홍보 문구 ‘아기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기에 학습 기계와 같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초에 불이 꺼져 가듯 천재성도 점차 줄어든다’고 홍보하고 있다.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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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몬 <숫자가 크는 나무> 홍보 문구 ‘두뇌가 발달하는 유아기 투자는 몇 십배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유아기에 몇 만원을 투자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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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몬테소리 홍보 문구 영유아기는 뇌의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이고, 뇌신경세포는 20개월까지 70%, 7세까지 90%, 18세까지 100%가 완성되며, 이후에는 서서히 퇴화한다’고 홍보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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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창조학교 <파오파오> 홍보 문구 ‘만 3세때 성인 뇌의 80% 이상이 결정되므로, 이때까지가 평생 뇌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홍보하고 있다.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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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플 피카소 홍보 문구 ‘영유아기에 일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발달의 대부분이 이루어진다’고 하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의 일생을 결정지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 이슬기


'세살 무렵에 뇌가 거의 결정된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가 말하는 이러한 논리는 사실일까? OECD가 2007년 발표한 는 뇌와 관한 정보가 남용, 오용되는 흐름을 경고하고 이에 걸맞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뇌와 관련한 신화를 8가지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바로 '세살 무렵 뇌에서 중요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There is no time to lose as everything important about the brain is decided by the age of three)는 것이다. OECD는 이것이 대표적인 '신화'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뇌과학 칼럼니스트 신성욱 작가는 '3세 신화'는 시냅스(뇌의 신경세포들이 접촉하고 통신하는 지점)의 밀도에만 주목한 결과라고 언급한다. 실제로 한 사람의 일생을 추적하며 시냅스의 밀도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생후 1년 무렵에 최고치를 이르고, 3~4세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 그러나 이는 시냅스의 밀도에만 주목하고 시냅스의 강화나 약화라는 재배열 과정, 패턴화, 네트워크 형성 등 더 중요한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영유아기에 형성된 신경세포는 유전적 요인 또는 후천적 자극을 통해 시냅스를 강화하기도 하고 회로를 이루기도 하고 패턴이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고유한 뇌로 발달해간다.(신성욱, 2014) 결국 영유아기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뇌는 평생에 걸쳐 발달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기교육 아니라 부모의 스킨십, 그리고...

또한 영유아기가 뇌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것은 인정하더라도,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의 주장대로 조기교육과 학습적 자극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만3세까지는 전체 뇌의 기본 골격과 회로를 만들기 때문에 오감을 통한 고른 자극이 필요하나(우남희 외, 2002), 이 자극은 교재·교구 등이 아니라 부모의 스킨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는 '뇌가 유아기에 80% 이상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놀랍게도 이 시기에 뇌를 자극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모의 스킨십이며 그 다음은 충분한 수면'이라고 말한다. 뇌에 대해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뇌의 복잡한 구조나 기능이 아니라, 아이의 뇌가 엄마의 스킨십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이기숙, 2015) 

또한 유아기에 해당하는 만3세~6세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로, 전두엽은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 기능과 인간성, 도덕성 등을 담당하므로 이 시기에는 인성과 도덕성, 집중력, 동기 부여 등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뇌과학자들의 주장이다. 이 시기에 만 6~12세에 발달하는 두정엽과 측두엽의 기능인 수학 교육, 문자 교육 등을 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우남희 외, 2002)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뇌 발달에 치명적이다. 우남희 외(2002)의 연구에서는 쥐의 스트레스 실험을 통해서, 출산 전  또는 출산 후 스트레스가 뇌에서 뇌세포의 분열을 억제하고 학습과 인지능력을 손상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쥐의 스트레스 실험은 생후 90일까지 스트레스를 준 후 시행되었는데, 이 시기는 인간의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받은 스트레스는 학습과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우남희 외, 2002).

결국 '만3세까지가 뇌 발달에 결정적이다'는 것은 시냅스의 밀도에만 한정된 연구 결과이며 시냅스의 재배열 과정, 패턴화, 네트워크 형성 등 더 중요한 과정은 전 생애에 걸쳐 발달한다. 또한 영유아기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스킨십과 충분한 수면, 뇌 발달에 맞는 교육, 스트레스 없는 환경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3세까지가 뇌 발달에 결정적이니, 우리 제품을 사용해서 자극을 줘야 한다'고 홍보하는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 잘못된 교육 담론을 적용·유포한 것이다. 이러한 홍보는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 불안감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자녀의 천재성이 발현되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불안감, 부모로서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찬란한 자녀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영유아 교재·교구 업체의 '한글은 일찍 배워야 인지 발달에 효과적이다'는 담론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참고 자료>
신성욱(2014),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서울: 어크로스
이기숙(2015), 적기교육, 서울: 글담출판
우남희, 서유헌, 강영은(2002), 영유아에 대한 조기영어교육의 적절성에 관한 연구
OECD(2007), Understanding the Brain: the Birth of a Learning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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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http://cafe.daum.net/no-worry/1QDs/1241)로도 실렸습니다.
출처 바로가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47&aid=000214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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