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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당신은 슈퍼우먼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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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능력과 현실을 솔직히 판단하자!"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주 가장 가슴 아픈 뉴스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공무원이었던 워킹맘이 일터에서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한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열정적으로 일했고 심지어는 아이들과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말에도 새벽 5시에 출근했다는데 이 기사로 너무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동시에 밀려들어 잠시 숙연해졌다.

나는 고작 아이 한 명에, 육아독립군이라고 투덜대고는 있지만 파트타임 시터이모님이라도 쓰고 있는지라 감히 아이 셋의 고인에 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늘 쩔쩔매고, 멀쩡하다 갑자기 어지러워 어찌할 지 모르겠던 경험, 면역력이 떨어져 독감이나 대상포진 진단을 받거나 (심지어는 초기증상을 알아차리지 못 해서 독감의 몸으로 아이를 돌보다 아이까지 독감에 걸렸다는 지인의 경험담까지) 길거리에서 갑자기 힘이 똑 떨어져서 지하철역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길을 다시 갔던 에피소드도.

고인은 인구부족국가 한국에 세 명의 아이나 추가한 국가유공자이자 열정적으로 일하던 워킹맘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일하고 아이를 돌보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요원하다는 것이 이 비극의 원인이었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약하나마 워킹맘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매달 시간을 쪼개 이렇게 워킹맘 칼럼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왜 고인은 계속 할 수 없을 만큼의 극한 상황이 올 때까지 전조증이 있었을 텐데 왜 멈추지 못 했을까? 왜 도움을 청하지 못 했을까? 이렇게 갑자기 가버리면 엄마의 손이 절실한 세 아이는 어떻게 크라고? 차라리 도저히 못 하겠다고 중간에 손을 들었더라면, 일에서든 집에서든 조금만 뻔뻔했더라면 적어도 어린 아이들을 남겨두고 엄마의 자리를 비게 만드는 비극까지는 치닫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최선을 다 해 살다간 고인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고단했을까? 지금 하늘에서 남겨진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또 한 번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

그녀도 자신이 갑자기 이리 허망히 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 할 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육아휴직도 모두 사용하고 가족의 도움도 모두 요청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역할은 너무나 많은 체력과 시간을 요하는 일이고(무려 세 아이들에게), 일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이었으니 지금은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나아지리라 이를 악물고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적응이 될 것이 아님을 미처 알지 못 했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한국의 일하는 엄마들은 어려서부터 '너는 뭐든 다 할 수 있다. 너는 뭐든 다 될 수 있다. 여자라고 남자와 다르지 않다'의 목소리를 듣고 성장한 1세대다. 그래서 자존감도 높고 덩달아 성취욕도 강하다. 한마디로 훌륭하다.

그러나 이 훌륭함에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뭐든 하면 될 것이고,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또 아이 키우며 일까지 하려다보니 '수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주변과 사회의 무언의 강요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몇 시간 이상의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얼마 이상의 노동 후에 반드시 어느 정도 이상의 육체적 정신적 쉼이 필요하다. 인간의 몸은 24시간 풀가동되게 설계돼 있지 않다. 육아에도 업무에도 그 원칙은 자명하다.

솔직히 우리세대 워킹맘들의 지나친 자신감 "나는 뭐든 다할 수 있다. 뭐든 다 될 수 있다"가 할 수 없는 것까지 할 수 있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는가? 그 근자감에 스스로를 일과 육아에 잠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우리 솔직히 스스로의 능력을 돌아보자. 못 하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일은 할 수 없다고 말 하자. 그것이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한 채 어느 날 큰 비극을 만들어낼 씨앗을 없애는 일이다.

아침마다 갓 지은국과 밥으로 남편과 아이들의 눈과 입을 호강시키고, 온갖 아이들 학교 모임에 혼자 찾아다니며, 일터에서도 남자직원들과의 공정경쟁(?)이라 생각하며 배려 받는 것을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이미 워킹맘들은 인구절벽 앞의 한국에 다음 세대의 지탱할 아이를 낳은 국가유공자들이다. 당당히 배려를 요구해야 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반드시 바꾸어야 할 가부장적 여성의 정체성을 꼭 끌어 안고서 일하면서도 육아, 가사의 역할을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그것이 남편이든 시댁이든 친정이든 아니면 스스로의 생각이든 바꾸어야 한다. 당당히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과 현실을 솔직히 판단해야 한다.

수퍼우먼은 영화나 TV속에나 존재한다. 워킹맘, 당신들은 수퍼파워를 가지지 않았다. 우리 솔직해지자. 그리고 당당히 말하자. 그것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과 스스로를 지키고, 워킹맘으로서 생존하는 유일한 길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지키려면 아이는 귀하게,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인 당신은 더욱 더 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 고군분투기 ‘워킹맘의 딸’의 저자이며 14년 차 직장인이자 네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다.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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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김신희(ckim0926@naver.com)

출처 바로가기 :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7&NewsCode=201701231033393570009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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