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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는 때가 되면 알아서 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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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고 키우면서 우리 집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한 전자제품이 아기전용 세탁기가 아닐까 싶네요. 적은 양의 빨래를 매일매일 빠른 시간 안에 빨 수 있는데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기저귀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우리집은 천기저귀를 씁니다. 아내가 “하얀 천기저귀가 건조대 가득 널려 있으면 뿌듯하다”고 말 할 정도죠. 그렇다고 천기저귀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종이기저귀는 외출이나 잠을 잘 때 쓰고 낮에는 천기저귀를 채웁니다. 유난 떠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냥 천기저귀를 쓰는데 들이는 노력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로 봐주세요.

아마 아이가 태어난 처음부터 천기저귀를 썼으면 아내는 몇 달 안에 손을 들었을 겁니다. 하루에 수십번씩 싸대는 걸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배변이 조금 규칙적이 되기 시작하는 100일 무렵부터 천기저귀를 썼고 그 이전에는 우리집도 종이기저귀를 썼습니다. 천기저귀를 쓰면 손이 많이 갑니다. 자주 쉬야나 응가를 했는지 봐야 되고(종이기저귀는 아이가 어린 경우 서너번 정도까지는 완벽할 정도로 ‘뽀송’하죠) 빨랫감도 많이 나오죠. 하루라도 안 빨면 온 집안에 응가와 버무려진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하고요. 기저귀 처리에서 제가 도와준 거라고는 탈수가 끝낸 기저귀를 가끔 널어주는 정도였습니다. 빨랫감이 생기면 일차 애벌빨래로 쉬야나 응가를 헹궈 모았다 저녁에 한꺼번에 돌리니 낮에는 제가 도와줄 상황이 안됐습니다.(주말엔 뭐했냐고 물으신다면…)

아이가 18개월 정도 됐을 때인가, 배변훈련이란 것을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볼 일을 보고 나서 ‘응가’ ‘쉬야’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찝찝하니 기저귀좀 갈아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아는 단어가 몇 개 없으니 자기가 할 줄 아는 말로 표현을 한 거죠. 그럴 때마다 “이제부터는 응가나 쉬야 마려울 때 먼저 얘기를 해 볼까?”라고 얘기했고 그럴 때마다 “네”라고 대답은 했지만 말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왜 말귀를 못 알아 듣냐고 꾸중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가릴 줄 알게 되면 알아서 가리겠지’라고 생각했지 ‘남들은 다 가린다는데, 우리 애가 지능이 낮나’라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다 우리 아이도 변기에 쉬야를 하는 기적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갑자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게, 부모는 아직 본격적인 배변훈련을 시킬 마음의 준비를 못 했기 때문입니다. 20개월을 며칠 앞두고 두 살 많은 사촌 형네 집에 놀러 갔다 헝아가 쉬야통에 고추를 대고 쉬야를 하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 봤습니다. 그러더니 자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던지 집에 와서 쳐다도 안 보던 쉬야통을 들고 나오더라고요. “아이고 잘했네 우리 아들. 다음부터 또 쉬야 마려우면 얘기하는 거야” “네” 기특해서 많이 안아줬습니다.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하니 적당할 때 가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육아를 글로 배운 어떤 주변 분은 “18개월부터 배변훈련을 시작해야 한다”고 적힌 책을 그대로 따라 하다 딸내미가 하루 종일 쉬야를 안 해서 다시 채웠다고 합니다. 그 분은 ‘애가 바보인가?’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엄마한테 잠깐 바보 의혹을 받았던 그 아이 내년에 학교에 갑니다. 물론 기저귀는 떼고요.

지금은 50개월이 다 돼 가는 우리집 아이는 아직도 밤에 잘 때 기저귀를 찹니다. 벗겨 놨다가 몇 번 이불빨래를 한 후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여태 잘 때 쉬야를 하면 어떻게 해’라고 꾸짖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전에 채우려고 하면 갑갑해 안 찬다고 고집을 부리고, 아이가 잠들면 몰래 채웁니다. 며칠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기저귀 안 찼으면 대형사고 날 뻔 했어요”라고 하더군요. 고추 씻겨주느라 기저귀를 풀렀더니 진짜로 안 찼으면 큰 일 날 뻔 했을 정도로 많이 싸 기저귀가 무거웠습니다.

Tip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1~3세는 ‘항문기’입니다. 쉬야와 응가를 참고 쌀 때의 느낌을 즐기고 스스로 힘조절이 가능하고 능력을 키우는 시기라는 뜻이죠.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이 때 배변훈련을 잘 못하면 고집이 세지거나, 구두쇠가 되거나, 수집벽이 생기는 등 ‘집착하는 성격’이 됩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100% 믿을 필요는 없지만 배변훈련을 강박적으로 시킬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때가 되면 다 하겠거니 아이를 믿어 주는게 아이 정신건강과 부모와의 애착 형성에 더 좋지 않을까요? 프로이트의 이론을 믿을 수 없는게, 만약 이게 맞다면 제 모질고 비뚤어진 성격이 배변훈련을 잘 못 받아서이기 때문입니다.

찾아 보니 배변훈련 할 때 부모의 태도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1. 변기에 변을 보면 과장해 칭찬하라.
2.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 일관성있게 배변시킨다. 대소변을 보지 못해도 격려하라.
3. 보조변기가 불편하지 않은지 살펴라. 아이들은 불편하면 행동하지 않는다.
4. 배변훈련이 잘 안 됐다고 화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맹목적으로 믿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변기에 변을 보는 것을 보면 ‘기지도 못하던게 하나씩 사람이 돼 가네’라는 기쁨에 자연스레 칭찬을 해 주고 싶고, 어른도 물을 많이 마시거나날씨가 더우면 소변 횟수가 달라지는 등 상황에 맞추는 것이지 시간을 딱 정하라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아무튼, 배변훈련에 대한 제 생각은 ‘때가 되면 다 한다’입니다.

 

[강경훈 기자의 아빠육아 作作弓]

'아빠육아 作作弓'은 지금은 49개월 된 아들과 15개월 된 딸을 키워오면서 틈날 때마다 적었던 일기를 바탕으로 한 글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료출처 바로가기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04/20151204031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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