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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학대, 혹시 나도?] 정서학대 처벌? "촘촘한 법과 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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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학대, 신체학대와 동일한 형량 줘야"

최근 검찰은 아동을 숨지게 한 아동학대범에 대해 최고 사형을 구형할 수 있는 보다 엄격한 범죄 처벌 기준을 내놨다.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의식, 엄벌 요구가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아직까지 폭력 및 성폭력, 방임 등 물리적·신체적 학대에 대한 처벌에 편중돼 있다. 정서적 학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처벌 기준이 미흡할뿐더러, 있다 해도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실정. 정서 및 심리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차마 의식하지 못한 채 남용되는 정서학대가 만연하게 퍼져있다. 정서학대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 인식의 부재 등 정서학대를 심각한 학대의 유형으로 인지 못 하는 부모가 적지 않은 것.

부모들이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현실과 정서학대의 유형, 그에 따라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징후를 짚어보고, 정서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 단체, 부모가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본다.


"어휴, 멍청한 신데렐라, 옷에 어서 리본을 달아! 구두는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야지?"

"너도 무도회장 가고 싶니? 너 같은 재투성이가 성에 나타나면 난리 날 걸?"

"신데렐라! 우리가 돌아오기 전까지 커튼과 이불을 모두 빨아서 널어 놔야 한다!"

'무도회장에 가기 위해 외출 준비를 서두르는 신데렐라의 계모와 두 언니. 신데렐라에게 온갖 잡일을 떠넘기며 문을 나서기 바쁘다. 게다가 말없이 빨랫감을 정리하는 신데렐라를 보며 깔깔대고 놀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계모와 두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녀의 이야기 '신데렐라'의 한 장면이다. 신데렐라는 매일 새엄마와 두 언니의 구박에 물을 긷고 불을 때고 요리와 청소, 바느질을 하느라 몸이 건사할 날이 없다. 게다가 '멍청이', '재투성이', '네까짓 게', '너 때문에' 등 새엄마와 언니들이 쏟아붓는 원망적이고 적대적인 언어폭력에 마음의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간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에 따르면 과도한 노동을 시키고 언어폭력을 서슴지 않은 계모와 두 언니의 행동은 명백한 정서학대다.

매일 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눈물을 훔치는 신데렐라. 과연 그녀를 보호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2014년 영국에서는 신데렐라와 같이 신체적, 성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로 고통받는 아동을 지켜주는 '신데렐라법'(Cinderella law)이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2014년 일어난 가슴 아픈 아동학대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마약에 찌든 엄마 아만다 허친이 고작 네 살인 아들 함자 칸을 방치하고 굶겨 죽게 한 일이 발생한 것. 당시 칸은 너무 말라 9개월 아기 옷을 입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영국에서는 더 강력한 아동학대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끓었고, 이로 인해 부모가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거나 친절하게 돌보지 않는 등 정서적 학대까지 최대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신데렐라법이 탄생했다.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가헤지는 체벌이나 방임은 물론이고 폭언, 모욕 등 정서적 학대 행위까지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
 

◇ "정서학대 관한 법 기준 구체화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방지법은 어떨까. 영국처럼 '감정적'인 부분을 민감하게 다루는 정서학대 법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이 법에는 주로 신체나 성 학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 정서학대에 관한 조항은 극히 적다.

아동권리보호 기관 굿네이버스 고완석 과장은 "아동학대 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정서학대에 관한 내용은 단 한 줄 뿐이고 매우 선언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행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살펴보면, 정서학대에 관한 내용은 '아동의 정신건강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 한 문장마저도 모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정서적', '해를 끼치는' 등의 표현들이 추상적이고, 정신건강 발달에 해를 끼치는 학대 행위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개념,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

고완석 과장은 "우리도 가능하다면 정서학대 법이 제정돼야 한다. 우선 선진국처럼 정서학대에 관한 법 기준이 구체화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일본의 '아동학대 방지법'은 신체 및 성 학대, 방임 외에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아이에게 위협, 협박을 하는 것 ▲아이를 무시하거나 거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이의 자존심에 상처 입힐 수 있는 언행을 하는 것 ▲다른 형제와는 다르게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 ▲아이 앞에서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등을 정서학대의 범주에 넣고, 특히 '언어폭력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너 때문에 내 인생은 엉망이 됐다", "너 따위 죽어도 상관없어" 등이다'는 식으로 자세한 예시까지 들고 있다.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장은 "정서학대에 관한 법을 제정하려면 정서학대의 유형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정서학대의 흔한 형태가 무엇인지조차 잘 모른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GDP가 3배인데, 아동학대 예산은 무려 72배에 달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흔한 형태의 정서학대 유형을 연구하고 이를 체계화시키기 위한 작업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국장은 "아이들을 위해 정서학대에 대한 법도 엄격할 필요가 있다. 정서학대에 관한 사례를 많이 축적한 다음 구체적인 가이드,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정서학대, 신체학대와 동일한 형량 줘야"

미흡한 법 내용과 더불어 적은 형량에 대한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정서학대범에게 최대 3년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반면, 영국은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권태훈 팀장은 "영국은 정서학대가 아이들의 정신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법적으로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때려서 멍이 들고, 어디가 부러지고 다치는 등 증거에 기반을 둔 사법처리를 하기 때문에 정서학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처벌 또한 경미하고 낮다"고 진단했다.

이에 신의진 회장은 "아동에게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폭력이상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꼭 영국과 형량이 같을 필요는 없으나 정서적 학대도 심각한 경우 성학대, 신체학대와 동일한 형량을 줄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검찰청은 정서학대 사건과는 달리 아동을 숨지게 한 아동학대범에 대해서는 최고 사형을 구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법조인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015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경찰 및 검찰수사에 들어간 234건의 정서학대 중 형사처벌은 단 5건. 정서학대는 '정서학대와 신체학대', '정서학대와 방임', '정서학대와 성폭행' 등 중복학대에서 간신히 인정되는 실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도 "정서학대를 따로 떼어 놓고 분류하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고완석 과장은 "구체화된 법도 중요하지만, 법조인들도 정서학대가 추후 신체학대, 방임, 성학대와 같이 중복학대로 발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서학대 인정 범위를 넓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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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주 기자(yj.lee@ibabynews.com)

자료출처 :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0&NewsCode=20170105151802099000174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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