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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부터 사교육行] 생후 6개월부터 문화센터 뺑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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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영아 정서적 안정감 헤칠 수 있어"

영유아 사교육비 시장이 3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5세 아동 10명 중 8명이 사교육에 노출됐고, 1세 이전부터 적지 않은 아이들이 미술, 음악, 발레, 수영, 스케이트 등 예체능 과목과 국어, 영어, 수학 등 학습 과목을 위한 문화센터, 학원, 학습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기의 과도한 사교육이 사회 및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최근 부모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중국어유치원, 코딩학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성행하는 등 사교육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 2017년 대한민국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현주소부터 과도한 사교육이 파생하는 문제점, 그리고 사교육에 휘둘리지 않는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법까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기사 싣는 순서>

① 생후 6개월부터 문화센터 뺑뺑이?!
② 중국어부터 코딩까지 영유아 사교육 신풍속도
③ [카드뉴스] 과도한 사교육,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④ 사교육 NO! 엄마표 홈스쿨링 실천하는 엄마들

올해 들어 서울에 눈이 가장 많이 내린 13일 오전.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아기 부모들은 추위를 잊은 채 저마다 유모차를 끌고, 아기띠를 메고 서울 관악구 남현동 A문화센터로 몰려들었다. 아이와 함께 이곳에서 진행되는 영아 놀이 및 오감발달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수업이 시작되기 5분 전. 문화센터 내 A강의실, B강의실은 각각 10여 명의 부모와 14~26개월 아기들로 꽉꽉 채워졌다. 참가자들은 다른 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아기의 손발을 주물러주며 자신이 신청한 강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A문화센터 관계자는 "오늘은 눈이 오고 추워서 그런지 출석률이 저조한 편이다. 날씨가 맑은 평소에는 더 많은 아기 엄마들이 모인다"고 전했다.
 
◇ 생후 100일 아기도 다니는 문화센터

백화점 및 대형마트, 지자체 문화센터가 운영하는 영유아 대상 프로그램의 인기가 부모들 사이에서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제는 갓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물론, 아기를 영재로 만들어 준다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사교육 노출 연령이 하향화되고, 문화센터까지 사교육 시장을 덮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책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문화센터'는 어린이집, 유치원 이외에 각 가정에서 자녀의 발달과 학습을 위해 선택하는 사부담 활동으로 학원, 개인·그룹교습, 학습지와 같이 사교육 범주에 속한다.

지난달 27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에 따르면 5세 아동 10명 중 8명 이상이, 2세 아동의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세 아이를 둔 부모가 응답한 사교육 시작연령은 평균 22개월인 것으로 드러났다. 만 2세가 되기 전부터 사교육을 받는 아동이 적지 않은 것이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사교육 연령이 많이 낮아졌는데, 최근 문화센터를 다니는 엄마들의 교육 문화도 사교육 연령 하향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를 다녔다는 육아맘 김미희(37, 서울 서초구) 씨는 "지금은 유치원을 보내고 있지만 딸이 4살 될 때까지 체조, 발레, 미술 등 3가지 프로그램을 문화센터에서 다니게 했다"며 "문화센터는 아기, 미취학 자녀를 둔 엄마들 대부분이 거치는 육아코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12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육아맘 김진희(가명)씨는 "곧 우리 딸도 문화센터를 보내려고 한다. 엄마 10명 중 9명은 문화센터를 보낼 정도로 문화센터는 어린이집 가기 전 필수라더라"고 전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 번쯤 이용한다는 문화센터 영아 프로그램. 센터마다 다르지만 수업은 대개 주 1회 40분으로, 베이비마사지, 베이비수영, 영어 및 음악놀이, 아기스포츠클럽, 동화구연, 오감발달 등 주로 신체와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 프로그램이 다수다. 일부 프로그램은 '글○○○ 영재교실', '영재 통합놀이 지니○○', '감성지능 영재 프로그램 브레인 ○○' 등 '영재'라는 단어를 앞세워 엄마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보통 생후 13~14개월부터 수강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사회성과 면역력, 지능지수를 자극해준다는 '베이비마사지' 프로그램과 같이 아이보다 부모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은 생후 6개월 아기도 수강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100일 된 아기를 데리고 오는 부모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

A문화센터 관계자는 "태어나자마자 아기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도 있다. 주로 조리원 동기들이 모여 같이 수업에 참가하는 경우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우, 그야말로 아이가 날 때부터 사교육에 노출되는 셈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한 가지 과목만 수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과목을 동시에 수강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3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백남이(가명·33·서울 은평구) 씨는 화, 목, 금요일 세 번 문화센터에 나간다. 백 씨는 "아기가 8개월 때부터 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해 24개월이 된 지금은 신체활동 프로그램 2개, 인지학습 프로그램 1개를 듣고 있다"며 "같이 수업을 듣는 부모들 중 나보다 많이 보내는 사람도 더러 있다. 같은 프로그램을 다니는 한 아이 할머니는 마트 문화센터, 구청 등에서 일주일에 4개 과목을 듣는다"고 전했다.

◇ 엄마들, "집에서 할 수 없는 경험 주고파"

그렇다면 부모들이 문화센터 강좌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남이 씨는 "집에만 있으면 아이가 너무 무료해하는데, 문화센터에서는 비누방울 놀이 등 집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설이 좋은데다 부모들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부모들이 문화센터를 다니는 데 한몫한다.

16개월 아들을 둔 정가인(가명·33·서울 영등포구) 씨는 "또래 엄마들과 이유식, 수면교육과 같은 육아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수유실 등 엄마들을 배려하는 시설이 잘 설치돼 있어 마실 삼아 갔다가 수업도 듣고 장도 보고하면 시간이 훅 간다. 아기출입금지 식당이 생기는 판국에 엄마와 아이를 환영해주는 문화센터를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부모들의 불안감도 작용한다. 주2회 문화센터 수업을 듣고 있다는 한 육아맘은 "아이가 발달이 조금 느려서 신체수업을 듣고 있다. 주2회 수업이 힘들지만 그렇다고 주1회 수업만 하려니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 문화센터 효과는?

부모들이 선호하는 만큼 문화센터 프로그램의 교육 효과도 클까. 전문가들은 부모의 선택으로 영아 때부터 받는 문화센터 조기교육은 수동적인 아이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혜정 백석예술대학교 유아교육과 학과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 우리 주변에는 아이가 놀면서 자극받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고, 부모 스스로도 '자녀 양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신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부모들을 따라 분위기에 휩쓸려 문화센터에 다니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서혜정 교수는 "인지적 발달을 위한 학습위주의 문화센터 강좌는 아이들이 스스로 내면의 흥미를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흥미와 무관하게 외부에서 자극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를 영유아기에서부터 피동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다"며 "부모도 자녀 양육에 대한 신념을 갖고, 사회도 부모가 자녀 양육에 대한 신념을 가질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서적 안정감을 헤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영숙 숙명여대 가정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아동은 편안한 사람들과 신뢰감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늘 같은 곳에서 같은 선생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어린이집과 달리 매번 다른 사람들이 오고 가는 문화센터에 너무 일찍 노출되면, 아이는 안정감을 갖지 못하고 주의산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영숙 교수는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 좋은 자극, 놀잇감이 될 수 있다. 아이에게 엄마 목소리를 많이 들려주고, 아이가 엄마와 같이 노래 부르고 웃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이 정서발달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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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주 기자(yj.lee@ibabynews.com)

자료출처 :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10&NewsCode=201701201306538240009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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